[뉴스] 포스트모더니즘과 지식재산권
  • 등록일 : 20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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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이 창작한 유무형의 창작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자신의 자본을 증식시킴을 미덕으로 생각합니다. 창작된 무형의 생산물 혹은 지식이라고 불리는 것이 가지고 있는 파급효과가 다른 유형의 생산물과 다르게 얼마나 막강한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교육이란 제도를 통하여 수많은 지식을 접해왔고, 다른 어떠한 것들 보다 지식의 중요성을 믿고 있습니다.


18세기 계몽주의로부터 시작된 이성중심주의 시대를 근대 혹은 모던(modern)이라고 일컫습니다.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였고, 그러한 창작물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의 당위성이 역설되었습니다. 그 결과 근대 시대에는 중세 베니스에서 시행되었던 지식재산과 관련된 제도들에 대한 보호를 정당화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법률로 제정되고 시행됩니다. 

    

계몽주의 이후 실존주의를 거쳐, 데리다, 푸코 등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우리가 반대 논리의 억압을 통한 기존 체제 권력화의 오류에 빠져 있지 않은가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니체와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푸코는, 일반적으로 지식은 권력에 저항해 오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었으나, 실제로 지식과 권력은 동반자라고 말하며 고착화된 사고방식의 위험함을 역설합니다. 니체가 말하는 권력에의 의지는 내가 나 스스로 내면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푸코는 지식을 권력화 하여 비정상을 정상이라는 관념으로 인식하도록 조작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식과 권력은 모두 인간의 본능인 것이고, 권력은 위에서의 억압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생겨나는 생산이라고 하지요.


지식재산권의 보호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는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전향적 접근방법은 미국의 경제학자들에 의하여 발전된 논리로, 한계비용, 과소 소비, 과소 생산 등을 고려하여 지식재산권을 보호하였을 때 발생되는 결과들을 주된 논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후향적 접근방법(Backward looking approach)은 의무론적(deontic) 접근방법이라고도 불리며, 행위 그 자체 및 그에 수반되는 관계성을 파악하여 보호의 정당성을 논합니다. 포스트 모더니스트(Post-modernist)들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근본적인 보호 제도를 비판하며 사고를 전환할 것을 주장합니다. 포스트모던적인 생각은 글로벌 제약회사와 몬산토와 같은 종자 생산 기업의 지식재산권력화를 논의할 때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 새롭게 창작되는 기술들은 더 이상 창의적일 수 없다는 회의가 팽배합니다. 선행기술 조사는 과거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았고, 이를 수행하는 데에는 매우 많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선행기술 조사는 특허 출원에 있어서 선택적이지 아니하고,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그 주된 이유가 단순히 전산화로 인한 빠른 검색만은 아닙니다. , 모더니즘 하에서 양산된 수많은 아이디어들 중에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이미 존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면에 다양한 수많은 기술들을 빠르게 검색하여 이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가능함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포스트모던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과거 존재하는 것들을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조합하고 결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모더니즘의 사고 아래에 산출된 창작물들을 조합하여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조합품을 만들어 내더라도 인류의 발전에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나, 기존 특허 제도 하에서라면 특허권 침해 문제는 피해갈 수 없음 것입니다. 따라서, 특허 제도의 정당성, 특허 제도의 대상, 강제 실시권 등 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반다나 시바는 저서인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에서 지식 재산권 제도는 지식의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을 펼칩니다. 나아가 특허는 자유로운 교환의 장애물이며, 합법화된 생물 해적질이 특허라는 제도를 통하여 공공연하게 행해진다는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유전공학이 발달하면서, 특정 유전자를 삽입하고 새로운 특성을 가진 생물에 관한 특허가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유전공학의 발전은 가능해진 것은 사실이나, 반면에 종자 및 씨앗에도 1회성 작물로서의 유전자 변형을 통한 생산도 가능해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근대사회 이후로 당연한 것으로 믿고 있던 지식, 그리고 제도들에 대하여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며 더 나은 사회의 지향을 위한 포스트 모던적 제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허법적으로 생명체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받기 위한 정당성은 다른 발명과 크게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습니다. 새롭고 특이하며 자연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 생명체를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만들었다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러나 반다나는 유전자 조작 생물체가 자연에 방출되어 나타나는 결과에 대한 '책임자' 문제에 대하여 논합니다. 기업들은 그 생명체가 기존에 존재했었던 것처럼 전혀 새롭지 않은 것처럼 홍보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들은 새로운 생명체로 특허를 받았음에도, 이들이 자연적인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생명공학 안전성에 대한 논의를 최소화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합니다. '자연적'이라는 개념의 구성에 대한 이와 같은 기업들의 아전인수식 태도에 대한 비판도 경청할만한 근거는 충분합니다.

   

반다나는 살아있는 생명체는 특허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물은 단순한 기계처럼 다뤄질 수 없는 것이고, 자기 조직하는(self-organizing)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동식물에 대한 특허를 인정할 경우 살아 있는 생명체의 스스로의 번식 및 진화하는 능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적 재산이 보장되는 사회의 생산력은 그렇지 않은 사회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창조한 지식 생산물은 보호를 받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의 정당성 인정 근거를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에 따라 그 보호의 범위, 대상 그리고 보호의 제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입니다.

                                        

단순 논리에 근거하고 고착화된 이론에 근거한 지식재산권의 부여는 오히려 독점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제약 분야의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식재산권은 동산, 부동산과 달리 이동에 제약이 없고,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식재산권 제도에 대한 정당성에 대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접근은 지식재산권의 보호 범위, 대상 그리고 보호의 제한을 고려할 때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도움을 줄 것입니다.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황성필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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