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출원의 출원경과가 분할특허의 청구범위 해석에 미치는 영향 - 대법원 2025. 7. 17. 선고 2023후11340 판결 -
- 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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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안소희
1. 서론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다(특허법 제97조). 그러나 청구범위가 기능적 표현으로 기재되어 그 문언만으로는 기술적 구성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은 명세서의 다른 기재와 출원경과를 참작하여 권리범위를 제한 해석하여 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출원경과 금반언의 적용 범위에 관한 것이었다. 종래 실무에서는 분할출원이 원출원으로부터 독립하여 별개로 심사·등록되는 것이므로, 원출원 심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식적 제외가 분할특허의 해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원출원에서 감축 보정이나 의견서 제출을 통해 사실상 포기한 구성을 분할출원에서 한정 없이 넓게 청구함으로써 권리범위를 회복하려는 전략이 활용되어 왔다. 특허법원 역시 "분할특허 청구항은 원출원과 달리 한정된 바 없으므로 원출원의 출원경과를 참작하여 권리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정면으로 배척하였다. 본 판결은 원출원의 출원경과가 2세대 분할특허에도 승계되며, 그 결과 독립항의 권리범위가 종속항과 동일해지더라도 무방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2. 사건의 개요
본건 특허(명칭: 「자가세정 가능한 정수기」)는 원출원(2009. 2. 3.) → 1세대 분할출원(2010. 10. 28.) → 2세대 분할출원(2011. 4. 4.)으로 이어지는 3세대 출원 구조를 가진다. 청구항 1에는 「세정수단」이라는 기능적 표현만 기재되어 있을 뿐, 그 구체적인 기술적 구성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원출원 심사 과정에서 출원인 甲은 전항 거절이유를 통지받았다. 이에 甲은 의견서를 통해, 원출원의 세정수단은 살균물질을 미리 내부에 포함하는 구성으로서 처리 시간과 전력 소모 면에서 전기분해 방식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고 주장하였다. 즉 「전기분해 방식으로 살균물질을 생성하여 세정하는 수단」이 세정수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甲은 이와 함께 세정수단을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내부에 포함하는 필터 또는 도징시스템」으로 한정하는 감축보정을 하였고, 그로부터 불과 28일 후 본건 분할출원을 하였다.
乙은 세정물질·살균물질을 포함하지 않고 전기분해 방식으로 전기분해수를 생성하는 전극 살균기를 탑재한 정수기를 제조·판매하면서, 자신의 제품이 본건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3. 각 심급의 판단
특허심판원은 「세정수단」을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포함하는 구성으로 제한 해석하여, 확인대상발명이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특허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분할특허 청구항은 원출원과 달리 한정된 바 없으므로 원출원 출원경과를 참작할 수 없다고 보아 「세정수단」을 넓게 해석하였고, 전기분해수(염소수)가 살균물질에 해당하며 양 발명이 균등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하였다. ① 명세서에 전기분해 방식에 관한 기재가 전혀 없는 점, ② 원출원과 분할특허의 출원인이 동일한 점, ③ 분할특허가 원출원 최초 명세서 범위 내의 발명인 점, ④ 의식적 제외 이후 불과 28일 만에 분할출원이 이루어진 점을 종합하여, 원출원의 출원경과가 본건 분할특허의 청구범위 해석에도 참작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세정수단」은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내부에 포함하고, 이를 여과된 물에 희석하여 저장탱크에 공급하는 수단"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전기분해 방식인 확인대상발명은 문언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나아가 대법원은 양 발명의 과제 해결원리가 상이하다는 이유로 균등 침해도 부정하였다.
심급 | 결론 | 세정수단 해석 | 균등론 |
특허심판원 | 권리범위 불속 | 세정물질/살균물질 포함 구성으로 제한 해석 | 별도 판단 없음 |
특허법원 | 권리범위 속함 | 분할특허 청구항은 원출원과 달리 한정 없음 -> 넓게 해석. 전기분해수(염소수) = 살균물질 | 균등범위 내 인정 |
대법원 | 권리범위 불속 | 원출원 출원경과 참작 -> 전기분해 방식 의식적 제외 -> 문언 침해 부정 | 과제 해결원리 상이 -> 균등 부정 |
4. 판결의 의의 및 시사점
본 판결 이전에도 분할출원과 의식적 제외의 관계에 관한 법리는 존재하였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6다35308 판결은, 출원인이 거절이유를 극복하기 위해 원출원을 감축보정하면서 그 보정에서 제외된 부분을 별개의 발명으로 분할출원한 경우, 그 분할출원된 발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특허의 보호범위로부터 의식적으로 제외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법리는 보정으로 좁혀진 범위 밖의 발명을 분할출원하는 경우, 즉 원특허와 분할특허가 대상을 달리하는 상황에 관한 것이었다.
본 판결이 정면으로 다룬 쟁점은 이와 다른 국면이다. 원출원 심사에서 의견서와 감축보정을 통해 특정 기술 구성을 권리범위에서 제외한 후, 보정 전 발명을 기초로 분할출원한 경우 그 원출원의 출원경과가 분할특허의 청구범위 해석 자체에 참작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였고, 나아가 이 법리가 2세대 이상의 다세대 분할에도 동일하게 적용됨을 확인하였다. 또한 그 결과 독립항의 권리범위가 종속항의 권리범위와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되는 상황도 허용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이러한 법리의 발전은 비교법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는 출원경과 금반언(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이 계속출원(continuation) 및 분할출원(divisional)에도 승계된다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 한국 판례도 분할출원이라는 형식을 통해 원출원에서 포기한 구성을 회복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원칙을 점차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법리는 유사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출원경과 금반언을 균등론 적용 단계에서 작동시키는 반면, 본 판결은 청구범위 문언 해석 단계에서 이미 출원경과를 참작하여 권리범위를 제한하였다는 점에서 그 작동 메커니즘에는 차이가 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원출원의 심사 대응과 분할출원 전략을 분리하여 사고해서는 안 된다. 의견서나 보정에서의 의식적 제외는 이후 모든 분할출원의 권리범위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므로, 두 가지를 통합적으로 설계하여야 한다.
둘째, 기능식 청구항을 사용하는 경우, 포섭하고자 하는 기술 구성을 명세서에 충분히 개시하고 가능하면 청구항에도 명시적으로 기재함으로써 권리범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셋째, 기존 분할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된다. 권리행사에 앞서 원출원까지의 출원경과를 역추적하여 의식적 제외 리스크를 사전에 평가하여야 한다. 상대방이 원출원의 의견서·보정서를 근거로 항변을 제출할 경우, 청구범위 해석 단계에서부터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결론
본 판결은 분할출원이라는 형식을 통해 원출원에서 포기한 권리범위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허용될 수 없다는 원칙을, 2세대 이상의 다세대 분할에까지 확장하여 명확히 선언한 중요한 선례이다. 원출원에서 한 번 의식적으로 제외된 기술 구성은 분할의 형식과 단계를 불문하고 권리범위 내로 되돌아올 수 없다. 분할출원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특허권자로서는, 원출원의 심사 대응 단계에서부터 포트폴리오 전체를 내다보는 통합적·선제적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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